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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로켓이 없어도 우주에 갈 수 있는 방법

  • 박상준
  • 입력 : 2018.09.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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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의 사이언스&퓨처-18] 대부분의 우주 SF영화들이 대충 넘어가는 부분. 바로 지구에서 출발해 우주의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장면이다. 영화마다 개성 넘치는 멋진 우주선들이 등장해서 우주로 곧장 치솟는데, 바로 이 부분이 현실과 허구의 가장 큰 괴리 중 하나다.

현실의 우주선에게 가장 큰 문제는 지구의 중력권을 탈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강력한 추진력을 지닌 로켓 엔진이 필요하다. 거대한 로켓 몸체의 대부분은 엔진 연료이며 일단 우주에 진입하면 텅 비어서 무용지물이 돼 버려진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세운 로켓회사 '스페이스X'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로켓을 1회용이 아니라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발사 비용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핵심은 지구를 벗어나려면 로켓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F에 등장하는 우주선들은 대부분 이런 묘사가 없다. 지구에서 이륙한 우주선이 그 모습 그대로 우주를 누빌 뿐, 텅 빈 연료탱크를 버리는 절차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중력이나 미지의 강력한 에너지원 같은 미래 첨단기술을 썼을 수도 있지 않냐는 반론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 표면처럼 중력이 센 곳에서는 그만큼 많은 반중력을 발생시켜야 할 테니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 에너지 보존 법칙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우주로 가는 뭔가 획기적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주엘리베이터 상상도 _위키백과
▲ 우주엘리베이터 상상도 _위키백과

좀 황당한 얘기지만 엘리베이터를 타면 된다. 앞서 얘기한 재사용 로켓보다도 훨씬 경제적이다. 보통 지상에서 80~100㎞부터 우주 영역으로 들어가는데, 우주 엘리베이터는 자그마치 3만6000㎞ 높이의 어마어마한 규모로 건설되는 것을 말한다. 그 원리는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인공위성들 중엔 '정지위성'이라는 것이 있다. 지구상에서 봤을 때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위성이다. 사실 정지위성은 다른 인공위성들과 마찬가지로 지구 둘레를 돌고 있지만, 그 공전 속도가 지구의 자전 속도와 똑같기에 지구에서 보면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이 정지위성에서 마치 '잭과 콩나무'처럼 지상까지 밧줄을 드리운다고 상상해보자. 이 밧줄을 타고 올라가면 우주에 도달하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밧줄을 매달면 그 무게 때문에 정지위성이 추락해 버리므로, 같은 무게의 추를 반대 방향에 매달면 원심력과 구심력이 평형을 이루어 정지위성은 계속 그 자리를 지키게 된다.

정지위성은 지구 상공에서 3만6000㎞ 높이에 띄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이다. 이 높이라면 지구의 중력이 끌어당기는 구심력과 위성이 바깥으로 날아가려는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어 별도의 에너지 소모가 거의 없어도 궤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우주 엘리베이터도 바로 이 정도 높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주엘리베이터를 자세하게 묘사한 소설
▲ 우주엘리베이터를 자세하게 묘사한 소설 '낙원의 샘'(1979) _아작

우주 엘리베이터의 개념이 처음 나온 것은 무려 120년도 훨씬 더 된 1895년의 일이다. 러시아 우주과학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콘스탄틴 치올콥스키가 처음 구상했으며, 정지위성을 거점 삼아서 건설한다는 상당히 구체화된 아이디어 역시 옛 소련의 한 과학자가 1959년에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우주 엘리베이터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생생하게 묘사해 대중에게 널리 알린 것은 세계적인 SF 작가였던 아서 클라크가 1979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낙원의 샘'이다. 스리랑카의 불교 사원에 우주 엘리베이터가 건설되는 과정을 다양한 기술적·사회문화적 시각으로 심도 있게 묘사해 SF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양대 문학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받았다.

그러면 우주 엘리베이터는 과연 언제쯤 건설될 수 있을까? 그동안 이 아이디어는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뿐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가벼우면서도 매우 튼튼한 소재가 있어야 하는데 강철을 포함한 어떤 금속도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개발된 탄소나노튜브로는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은 역사상 최대의 토목공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어느 한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 감당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도 유엔이 나서야 할 정도의 전 지구적 컨소시엄이 결성되어야 할 것이다.

 우주엘리베이터가 나오는 일본 만화
▲ 우주엘리베이터가 나오는 일본 만화 '총몽'(1990) /사진=서울문화사

우주 엘리베이터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일본이나 영미권 등 SF가 많이 보급된 곳에서는 이미 익숙한 개념이었다. '건담'이나 '총몽' 등 숱한 일본 만화들에도 수십 년 전부터 등장했다. SF의 보급은 이렇듯 과학적 상상력의 대중적 확산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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