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오프로드를 정복한 차 '지프 올 뉴 랭글러'

  • 김정환
  • 입력 : 2018.09.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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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여진 시승기-73] 지프는 오프로더의 상징이다. 사실 지프보다 힘 좋은 차는 많다. 하지만 순정 차량으로 세계 최고난도 오프로드 코스(미국 캘리포니아 루비콘 트레일)를 무난히 완주할 수 있는 차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 소수정예 중에서도 백미는 단연 지프 랭글러다.

세상에서 가장 험한 오프로드를 정복한 차라는 뜻에서 이름 자체(랭글러 루비콘)를 이 길에서 따왔다. 대단한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강 반열의 오프로더가 11년 만에 확 바뀌어 '올 뉴 랭글러' 마크를 달고 나왔다. 한국에는 지난달 21일 갓 출시되며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14~15일 오프로더 '성지'인 미국 캘리포니아 루비콘 트레일에서 올 뉴 랭글러에 올랐다.

루비콘 트레일은 명성답게 여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바위, 암벽, 진창길이 차고 넘친다. 폭 189.5㎝ 랭글러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바윗길이 수시로 나타나고 어른 허리통 8개보다 굵은 거대한 나무가 가로로 쓰러져 길을 막는다. 일반도로 35㎞와 4륜 구동 차량만 올라갈 수 있는 험로 19㎞가 뒤섞인 산악 코스를 달린 후 매긴 성적표는 다음과 같다.

목차

1) 디자인: 지프 DNA의 계승자

2) 주행능력 : 도심형 SUV 못지않다

3) 내부 공간 : 지프, 많이 부드러워졌네

4) 오프로드 능력 : 맞상대가 없다

5) 가격: 가성비만 고려한다면 고민

1) 디자인: ★★★☆

Jeep Wrangler JL Rubicon Trail 2018
▲ Jeep Wrangler JL Rubicon Trail 2018

"볼트, 너트 빼고 95% 다 바꿨다."

현장에서 만난 스티브 잘룽기 FCA(피아트 크라이슬러그룹) 아시아·태평양지역 지프 브랜드 총괄 대표가 본 올 뉴 랭글러의 총평이다. 실제 파워트레인을 확 바꿔 온로드 성능을 강화했고, 연비도 36% 개선됐다. 다만 얼핏 외모만 놓고 보자면 '확 바뀌었다'기보다는 '종전 랭글러 족보를 충실히 계승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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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랭글러는 CJ 지프 모델 전통의 충실한 후계자다. CJ 특유의 단단한 근육질 보디가 튼실히 붙어 있다.

일곱 개의 슬롯 그릴, 그릴 위로 솟은 키스톤 모양 굴곡, 원형 헤드램프에 사각 테일램프 고유 디자인 요소를 지켰다. 약간 까칠하게 해석하면 올 뉴 랭글러가 튄다기보다는 그만큼 오리지널 디자인이 완결성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윈드 실드를 기울일 수 있는 한도까지 기울이는 등 랭글러 직선미를 살리면서 공기역학 디자인과 타협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2) 주행능력 : ★★★

Jeep Wrangler JL Rubicon Trail 2018
▲ Jeep Wrangler JL Rubicon Trail 2018
Jeep Wrangler JL Rubicon Trail 2018
▲ Jeep Wrangler JL Rubicon Trail 2018


도심형 SUV로 활용성은 어떨까. 온로드 주행 결과 총평은 '무난하다'로 요약된다. 앞으로 민첩하게 튀어 나가는 맛은 없지만 엑셀러레이터를 꾹 밟는 대로 성실하게 도로를 밀고 나간다.

새로운 2.0ℓ 터보차저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에 8단 자동 변속기가 조화를 이뤄 최대 272마력의 힘을 뿜어낸다. 구간구간 이어진 캘리포니아 특유의 굽은 도로에서 코너링을 하는 맛이 쏠쏠하다.

이전 JK 모델과 비교했을 때 차내 소음도 상당 부분 잡았다. 루비콘과 사하라 모델에 새로 적용된 사각지대 모니터링, 후방 교행 모니터링 시스템 화질도 평가할 만하다.

3) 내부 공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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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호불호가 갈린다. 실내는 예전 JK 모델이 군용차량 느낌이 물씬 풍겼다면 이제는 한층 '길이 들었다'. 대시보드는 깔끔하게 다듬었고 해상도 높인 디스플레이도 박아넣어 사뭇 도심형 SUV 같은 느낌이 강해졌다.

루비콘과 사하라 모델에는 엠비언트 발광다이오드(LED) 인테리어 라이팅, 스마트키 시스템, 앞좌석 열선 시트와 열선 내장 스티어링 휠, 8.4인치 터치 스크린이 담겼다. 투박한 지프를 바랐던 마니아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풍경이다.

랭글러 최대 특징인 큰 차체를 전면에 내걸어 수납 공간은 넉넉하다. 운전석, 조수석을 걷어낸 곳곳에 마구잡이로 짐을 넣어도 부족한 느낌이 전혀 없다. 올 뉴 랭글러는 종전 차체에 넉넉한 휠베이스를 확보해 이 같은 강점을 더 키웠다. 차체 길이가 4485㎜, 축간거리가 3010㎜에 달한다.

4) 오프로드 능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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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p Wrangler JL Rubicon Trail 2018
▲ Jeep Wrangler JL Rubicon Trail 2018
Jeep Wrangler JL Rubicon Trail 2018
▲ Jeep Wrangler JL Rubicon Trail 2018


올 뉴 랭글러의 존재 이유다. 현장에서 탄 랭글러 루비콘은 진입각이 최대 44도, 램프각 27.8도에 달했다.

웬만큼 큰 바위가 차량 아래로 쑥 들어와도 범퍼에 손상을 주지 않을 정도로 차체가 높고 안정적이다. 하지만 그런 랭글러 앞에도 차체가 바위와 지면에 부딪히고, 긁히고, 파여야 비로소 지나갈 수 있는 구간이 수도 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난코스 속에서 랭글러 오프로드 전용 기어가 빛을 발했다. 4륜 구동 모드에서 가장 강력한 토크를 내는 '4L' 모드로 맞춰 놓으니 이것만으로도 웬만한 길은 소화할 수 있었다. 지형에 따라 바퀴 축을 제어하는 전자식 스웨이바(Sway Bar)는 루비콘 트레일에 맞서는 최강 우군이다. 스웨이바 버튼을 누르니 차체 상하 움직임이 더 커진다. 큰 바위를 넘어갈 때도 차체가 크게 기울지 않고 안정적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여기에 주행 상태에 따라 특정 바퀴에 힘을 몰아줘 험로 탈출이 가능하도록 한 기능(전후륜 기어 액슬 록 버튼)까지 활성화하니 악명 높은 코스도 어느 정도 도전할 만해졌다. 랭글러가 최강 오프로더라고 불리는 이유는 '4L-스웨이바-액슬 록' 삼각편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험하고 거친 길을 잘 타고 넘는 것은 오프로더의 기본 덕목이다. 랭글러는 그 수준을 뛰어넘었다. 그냥 길을 가는 게 아니라 랭글러가 가는 곳이 곧 길이 됐다. 적어도 오프로더로서 능력은 그 어떤 차에도 밀리지 않는다.

5) 가격: ★★☆

Jeep Wrangler JL Rubicon Trail 2018
▲ Jeep Wrangler JL Rubicon Trail 2018

올 뉴 랭글러 국내 판매 가격은 스포츠 모델 4940만원, 루비콘 모델이 5740만원으로 책정됐다. 루비콘 모델에 가죽 버켓 시트를 더한 루비콘 하이 모델은 5840만원, 사하라 모델은 6140만원어치 가격표가 달렸다.

당장 일각에서는 지프를 5000만~6000만원에 주고 사야 하느냐는 냉소 섞인 반응이 나왔다. 이 같은 평가가 나오는 데는 '한국에서 오프로드를 타면 얼마나 탈 수 있겠느냐'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어찌 보면 맞는 얘기다. 집, 일터, 데이트 코스. 모범생 같은 세단이나 안전한 도심형 SUV만 타고도 충분히 잘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이다. 고가 논란에 대해 대놓고 반박할 수 있는 포인트가 뚜렷하지 않다.

6) 총평 : ★★★☆

Jeep Wrangler JL Rubicon Trail 2018
▲ Jeep Wrangler JL Rubicon Trail 2018

올 뉴 랭글러에는 일상 속 쳇바퀴를 깨보자는 정신이 담겼다. 단순히 가격표만 보고 사는 차는 아니다.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 세상이 넓어진다. 차와 함께 자연 속에서 뒹굴거리다 보면 어느덧 다시 삶에 에너지가 돈다. 돈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무형의 효과다. 고가 논란에도 스스로 경계를 넓히고자 하는 삶의 에너지를 찾고 있다면 올 뉴 랭글러가 최상의 도구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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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미국)/김정환 산업부 기자] <사진 제공=F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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