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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이후 17년,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 안정훈
  • 입력 : 2018.09.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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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가 일어난 세계무역센터 인근에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설치된 서치라이트
▲ 9·11 테러가 일어난 세계무역센터 인근에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설치된 서치라이트 '트리뷰트 인 라이트(Tribute in light)'. /사진 제공=위키피디아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57]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 근방에 설치된 서치라이트 설비인 '트리뷰트 인 라이트(Tribute in light)'가 밤하늘로 거대한 빛기둥을 쏘아 올렸다. 이날은 2001년 9월 11일 오사마 빈라덴이 이끄는 무슬림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항공기 2대를 납치해 이 빌딩에 충돌시킨 지 17주년이 되는 날이다. 9·11 테러는 사망자 2996년, 부상자 최소 6261명 등을 낳은 21세기 최악의 비극으로 평가받으며 미국과 세계 사회에서 많은 것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WTC)의 모습. /사진 제공=플리커
▲ 2001년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WTC)의 모습. /사진 제공=플리커

가장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곳은 테러의 직접적 수단이 된 항공기를 보유한 항공사였다. 우선 운항의 핵심인 조종사에 대한 보안조치를 대폭 강화했다. 조종석 출입문은 총기와 수류탄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강화 철제문으로 대체됐으며 운항 시 문은 항상 잠겨 있어야 한다는 규정도 도입됐다. 또 조종사 2명 중 1명이 자리를 뜨면 다른 승무원이 대신 조종실에 들어가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기장과 부기장이 독극물 등을 이용한 테러를 당할 가능성도 고려해 식사 시간을 다르게 배정하고 음식 메뉴도 각자 다른 것을 제공한다.

당시 테러리스트들이 보안검색대에 걸리지 않는 플라스틱 나이프를 들고 왔다는 점이 파악된 후 미국 항공기에서는 보안검색이 매우 엄격해져 현재는 손톱깎이도 휴대할 수 없게 조치하고 있다. 기내식에서 칼로 썰어 먹는 음식 종류는 사라졌으며 칼이 필요한 요리더라도 미리 잘게 잘라 칼을 사용할 필요가 없도록 한 뒤 내오고 있다.

당시 비행기 하이재킹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로 퍼진 탓에 승객 수가 급감하면서 벨기에 사베나항공, 스위스에어, 호주 앤셋항공 등 여러 항공사가 도산했다. 당시 공급 포화 상태이던 미국 항공사들도 차례차례 파산 보호 신청에 들어가 현재는 델타·유나이티드·아메리칸·사우스웨스트항공 4개사로 구조조정이 이뤄진 상태다.

정치적으로는 21세기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테러리즘'이 사회 전면에 떠오르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기점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네오콘 매파의 불리했던 정치적 입지가 극적으로 반전됐다.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네오콘들은 '테러와의 전쟁' 슬로건을 앞세워 강경한 대외 정책으로 전환해 북한·이라크·이란을 '악의 축'으로 지명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네오콘은 테러를 뿌리 뽑는다는 명목으로 2001년 아프가니스탄,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으며 시리아 내전 등에도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등 숱한 분쟁을 일으켰으나 중동정세를 혼란하게 만들기만 했다는 국제사회 비판을 받게 됐다.

그 외 미국이 전 세계에 걸친 대테러전 개념을 수립하고 테러 지원국과 배후집단에 관한 정치경제적 제재를 개시한 것도 9·11테러가 직접적 동기였다. 미국은 이러한 전방위적 세계 전략의 이행을 위해 막대한 군비 증강을 시작했으며 그 결과 테러 이전 국내총생산(GDP) 대비 2.9%까지 떨어졌던 군비 지출이 2010년에는 4.6%까지 증가하게 됐다. 미국은 아프간 침공으로 빈라덴을 비호하던 탈레반 정권과 알카에다 조직을 붕괴시켰으며, 결국 2011년 빈라덴을 사살해 복수에 성공했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전비 지출로 국력을 빠르게 소모한 대가를 치렀다. 이는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으로서 미국의 지위가 위태로워지는 데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회적으로는 무슬림에 대한 서구 사회의 증오와 편견이 강화되는 계기를 낳았다. 중동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자 실업자 신세가 된 전직 이라크군 장성과 관료들이 러시아군에 쫓겨 내려온 체첸 반군과 결합해 악명 높은 수니파 테러리스트 국가인 이슬람국가(IS)를 세웠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버락 오바마 정권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10억달러를 들여 시리아 반군을 무장시키고 훈련시키는 등 중동 정세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그 결과 수십만 명의 인명을 대가로 치렀을뿐더러 엄청난 규모의 난민이 서유럽을 중심으로 서방 국가 일대에 유입돼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그에 따라 서구 크리스트교 문명권과 중동 이슬람 문명권이 대립하는 '문명의 충돌'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안정훈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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