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새들은 비행기를 못 피할까?" 버드 스트라이크에 대한 3가지 재밌는 사실

  • Flying J
  • 입력 : 2018.09.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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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해 처참히 망가진 비행기의 모습 /사진=BIRDCONTROL.IT
▲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해 처참히 망가진 비행기의 모습 /사진=BIRDCONTROL.IT
[두바이 파일럿 도전기-71] 비행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다. 우리말로 '조류 충돌'이라고 하는 이 말은 운행 중인 항공기와 새가 충돌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조류가 지니는 상대운동 에너지로 인해 비행기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엔진에 세게 부딪친다. 1.8㎏인 새가 시속 960㎞로 나는 항공기와 부딪치면 64t 무게의 충격을 준다고 한다. 쉽게 말해 새도 죽고, 사람도 죽는 대참사다.

보통은 새들이 많이 날아다니는 저공에서 많이 일어나는 편인데 이착륙 시 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활주로 주변에 새들이 모여 있다가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날아올라 아찔한 상황을 자아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떻게든 활주로 주변에서 새들을 쫓아내는 것을 공항에서는 가장 중요한 업무로 분류하기도 한다.

조류에 의한 충돌 사고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매년 막대한 금전적 피해와 인명 손실을 불러오고 있다. 공항마다 허수아비나 총소리로 새 떼를 쫓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피해액만 연간 1조3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종사들이 싫어하는 최악의 새는

그렇다면 비행기에 가장 많이 부딪치는 새는 어떤 종류일까. 세계적으로 각각 다른 조류가 서식하고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엔 국립생물자원관이 국내 공항 11곳에서 수거한 조류 잔해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10분의 1이 넘는 충돌이 '종다리'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다리는 한국 전역에서 번식하는 흔한 텃새이자 겨울새다. 겨울새는 주로 군집생활을 하여 무리를 지어 떼로 이동하는 경향 때문에 운항 중인 항공기와 충돌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또 여름새보다 체중이 더 무거워 항공기 충돌 시 훨씬 더 큰 피해를 유발한다.

공항 주변에서 자라는 식물을 먹기 위해 곤충이 모여들고, 이를 잡아먹는 작은 새가 날아오고, 다시 이 새를 먹이로 삼는 맹금류가 찾아오다 보니 버드 스트라이크가 잦아진다는 설명이다. 몸 길이가 20㎝도 안 되는 작은 새가 수십 t이 넘는 비행기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버드 스트라이크 사건은

일반인에게도 가장 널리 알려진 조류 충돌 사고로는 2009년 1월 13일 'US 에어웨이스 1549편 사고'가 꼽힌다.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태운 US 에어웨이스 1549편(에어버스 A320)은 원래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해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더글러스 국제공항으로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라과디아 공항에서 이륙한 지 2분 뒤 갑자기 날아든 새 떼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 사태가 발생하여 엔진 2개가 동시에 나가 버렸다.

일반적으로 대형 여객기는 엔진 1개가 멈추어도 다른 엔진이 남아 있으면 비행을 계속할 수 있게 설계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말 운이 없게도 엔진 둘 모두가 동시에 멈췄다. 동력을 잃은 비행기는 천천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해당 기체의 기장(체슬리 설리 설렌버거 3세)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가장 가까운 공항을 찾았다.

하지만 원래 왔던 공항으로 돌아가는 것도, 주변의 공항에 착륙하는 것도 고도가 너무 낮아 불가능했다. 이미 동력을 상실했고 억지로 멀리 가려 하거나 급격히 방향을 바꿀 경우 운동 에너지를 허공에서 다 잃어버리고 실속에 빠져 추락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렌버거 기장은 기지를 발휘해서 가장 가까운 허드슨 강에 비상 착수하기로 결심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155명의 탑승자 중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새가 용감하게 엔진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그런데 새들은 왜 비행기를 피하지 못하는 걸까. 최근에 그 이유가 밝혀졌는데 흥미롭다. 조류는 자연 상태에서 천적이 접근한다 해도 크기와 속도에 상관없이 일정 거리 이내에 접근해야만 피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연구팀이 마치 진짜 트럭이 달려드는 것처럼 새들에게 가상의 입체 영상을 틀어줬더니, 트럭이 시속 60㎞로 비교적 천천히 올 때나 6배 속도인 360㎞로 쏜살같이 달려올 때나 새들이 모두 똑같이 30m 앞까지 트럭이 다가와야만 몸을 피했다는 연구를 기반으로 한 결론이다. 항공기 상대로도 똑같은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피하지 못하고 버드 스트라이크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참고로 30m는 여객기가 시속 290㎞로 단 0.3초 만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비행기라면 무조건 피할 수 없을까. 다행히 크기가 크고 고속으로 비행하는 여객기나 군용 수송기 등은 새를 발견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저공을 저속으로 비행하는 항공기의 경우 새를 보고 피해가는 경우도 꽤 있다. 필자도 며칠 전 세스나 경비행기를 타고 이륙해서 고도를 높이고 있는데 새 떼가 저 멀리 다가오기에 서둘렀던 기억이 난다. 어차피 새가 피하든지 비행기가 피하든지 해야 할 텐데, 새가 피할 생각이 없다면 사람이 운전하는 비행기가 알아서 조심해야지 않겠나.

[Flying J /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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