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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서 전장으로(Baseball Field to Battle Field) 간 모자_하

  • 남보람
  • 입력 : 2018.10.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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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61] 1. 야구모를 본 딴 '전투야전모(Battle Field Cap)'.

우리가 흔히 '전투모(Field Cap)'라고 부르는 군용 모자는 '전투야전모(Battle Field Cap)'의 준말이다. 전투모의 시초는 1951년 미 육군이 보급했던 'M1951 전투모'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제2차 세계대전기 미 육군은 각 부대별로 'HBT(herringbone twill) Cap'을 재단 혹은 구입하여 썼다. 우리말로 하면 '능직모'가 되는데 별 뜻은 없었다. 1943년 M1943 계열 전투복 제작용으로 나온 '능직천'을 재단하여 모자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이다. 아마 '남는 능직천으로 야구모처럼 생긴 모자를 만들어 쓰면 편하겠다'고 생각한 누군가가 그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아래의 사진이 그 최초의 것 중 하나다.

1943년 미 육군 예하 공군 병사들이 쓰던 능직모. 야구모의 디자인을 쏙 빼 닮았다. 정식으로 보급된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자체 제작한 것이었다. /출처=이베이
▲ 1943년 미 육군 예하 공군 병사들이 쓰던 능직모. 야구모의 디자인을 쏙 빼 닮았다. 정식으로 보급된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자체 제작한 것이었다. /출처=이베이

2. 보스턴 스타일의 M1951 전투모

시간이 훌쩍 지나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일명 'M1951 전투모'가 제작, 보급됐다. 그 모양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야구모와는 달랐다.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여섯 개의 원단 조각을 입체적으로 이어 붙인 둥근 구(球) 형태가 아니라, 모자 위가 평평한 원통형이었다.

M1951 전투모 /출처=이베이
▲ M1951 전투모 /출처=이베이

한국전쟁 당시 병사들이 착용했던 M1951 /출처=미 육군군사연구소
▲ 한국전쟁 당시 병사들이 착용했던 M1951 /출처=미 육군군사연구소

M1951의 디자인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역시 야구모에서 찾을 수 있다. 1943년 미 육군 예하 공군이 썼던 둥근 구 형태의 능직모는 '엑셀시어스' 팀이 썼던 뉴욕 브루클린 스타일이고, 원통 모양의 M1951은 '하바드대학' 팀이 썼던 매사추세츠 보스턴 스타일이다.

하바드대학 팀이 썼던 보스턴 스타일 야구모 /출처=http://www.sports-memorabilia-museum.com/baseball-history/caps.shtml
▲ 하바드대학 팀이 썼던 보스턴 스타일 야구모 /출처=http://www.sports-memorabilia-museum.com/baseball-history/caps.shtml

다시 말하자면, 1951년에 미 육군이 채택한 전투모는 보스턴 스타일의 야구모 디자인을 차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 리지웨이 모자(Ridgeway Cap)

M1951 전투모는 장병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가볍고 편하며 유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겨진 걸레 같은 모자'라는 악평도 있었다.

1953년 7월, 한국전쟁이 끝나자 미 육군 지휘부는 '군기가 빠져 보인다'는 이유로 "M1951 전투모 안쪽에 종이를 넣어 세우고 풀을 먹여 다림질한 후 쓰고 다니라"는 지시를 내렸다.

M1951 개량형 ‘산마루모’ 재현품. 기본적인 디자인은 구형 M1951과 다르지 않다. /출처 = https://www.pritzkermilitary.org/explore/museum/digital-collection/view/oclc/952059612
▲ M1951 개량형 ‘산마루모’ 재현품. 기본적인 디자인은 구형 M1951과 다르지 않다. /출처 = https://www.pritzkermilitary.org/explore/museum/digital-collection/view/oclc/952059612

1953년 9월, 한국전쟁 포로처리 회담장에서 ‘산마루모’를 쓰고 있는 미군의 모습 /출처=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
▲ 1953년 9월, 한국전쟁 포로처리 회담장에서 ‘산마루모’를 쓰고 있는 미군의 모습 /출처=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

1953년 8월계부터는 모자 테두리가 뻣뻣이 선 '개량형 M1951 전투모'가 보급됐다. 산마루처럼 우뚝 솟은 모양이라고 해서 '산마루모(Ridgeway Cap)'라고도 했는데, 병사들은 '커피깡통모(Coffee-can Cap)'라고 불렀다. ('Ridgeway Cap'이란 별칭이 당시 유엔군사령관이었던 매튜 리지웨이 장군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리지웨이 장군의 성은 'Ridgway'로 'e'가 없었다.)

개량형의 M1951, '산마루모'는 모양이 우스운 데다가 쓰기도 휴대하기도 불편했다. 그래서 장병들은 구형의 M1951 전투모를 구하거나, '산마루모'의 테두리 심을 빼내고 구겨서 흐물흐물하게 만들어 썼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말이다.

1963년 베트남 군사고문관으로 현지에 파견된 미군의 모습. 좌측 인물은 구형 M1951을 쓰고 있다. 우측 인물은 테두리심을 뺀 ‘산마루모’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https://olive-drab.com/od_soldiers_clothing_m1951_cap_field.php
▲ 1963년 베트남 군사고문관으로 현지에 파견된 미군의 모습. 좌측 인물은 구형 M1951을 쓰고 있다. 우측 인물은 테두리심을 뺀 ‘산마루모’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https://olive-drab.com/od_soldiers_clothing_m1951_cap_field.php

4. 브루클린 스타일의 전투모

1962년 베트남과 같은 열대 기후에 적합한 '열대 유니폼(Tropical Uniform)'이 보급됐다. 열대 유니폼의 전투모는 기존의 보스턴이 아닌 브루클린 야구모 스타일이었다.

야구모 스타일 전투모는 구형 M1951의 장점과 '산마루모'의 외형적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1980년 육군이 '전투복제규정'을 일제 정비하기 전까지 약 20년을 장수했다.

1966년 베트남에서 전투모를 쓰고 적재 작업을 하고 있는 미군 병사들 /출처=https://olive-drab.com/od_soldiers_clothing_cap_field_hotweather.php
▲ 1966년 베트남에서 전투모를 쓰고 적재 작업을 하고 있는 미군 병사들 /출처=https://olive-drab.com/od_soldiers_clothing_cap_field_hotweather.php
전투모를 쓴 베트남원조사령부 부사령관 진 엥글러 장군의 모습. 1967년 /출처=미 육군군사연구소
▲ 전투모를 쓴 베트남원조사령부 부사령관 진 엥글러 장군의 모습. 1967년 /출처=미 육군군사연구소


[남보람 군사편찬연구소 전쟁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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