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는 쇼라고?

  • 정현권
  • 입력 : 2018.11.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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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 지난달 21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 @ 나인브릿지' 4라운드 경기에서 브룩스 켑카가 18번홀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골프 오딧세이-8]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설적인 골퍼 보비 로크(1917~1987)가 한 말로 골프계에서 명심보감으로 여기는 명언이다. 그는 브리티시오픈에서 4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한 퍼터를 평생 사용하며 프로 통산 74승을 올려 클럽 탓을 하는 사람들을 멋쩍게 했다.

하지만 골프들에겐 이 말보다는 일본의 골프 전설 나카무라 도라키치(1915~2008)가 남긴 말이 더 와닿는다.

"장타치기를 단념했다면, 그것으로 인생도 끝이다."

그는 1957년 골프월드컵의 전신인 캐나다컵을 거머쥐면서 일본에 골프 붐을 일으킨 주역이다. 말하자면 '일본판 최경주'다.

골퍼들에게 장타는 영원한 로망이다. 드라이버로 티샷한 공이 경쾌한 타구음을 내며 미사일처럼 페어웨이를 가로지를 때 그 기분을 아는가. 동반자들과 잔디 위를 걸어가며 롱기스트임을 확인하는 그 짜릿함. 어떤 사람은 장타를 때리는 순간 뇌에서 강렬한 도파민이 분비되는 느낌이라고 한다. 극도의 쾌감이다.

흔히 '드라이버는 권력, 아이언은 과학, 숏게임은 예술'에 비유된다. 장타는 일단 동반자들의 기선을 제압한다. 강렬하고 짜릿함이 권력의 속성과 닮았다. 티샷 후 아이언샷으로 공을 핀에 붙일 때의 깔끔하고 산뜻한 맛 또한 일품이다. 정확한 방향과 거리 측정, 그리고 정교한 스킬이 필수다. 로브샷이나 벙커샷한 공이 홀 근처에 떨어지면 예술작품처럼 황홀하다. 내리막 경사 퍼팅이 성공하면 다리에 힘이 풀려버릴 정도다.

◆남자 240야드, 여자 190야드 넘기면 장타

골퍼들에게 물론 스코어가 가장 중요하지만 거리가 나지 않으면 흥미는 반감된다. 기분을 떠나 일단 드라이버로 거리부터 내놔야 공을 그린에 올릴 가능성이 높아 좋은 스코어가 나온다. 내세울 게 장타뿐이라면 성적이 저조할 수도 있지만 성적이 좋은 사람은 보통 장타자다. 프로나 아마추어나 마찬가지다.

최근 제주 나인브리지에서 열린 CJ컵 대회에서 우승한 미국의 브룩스 켑카(28)만 봐도 알 수 있다. 근육질의 켑카는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내뿜어 갤러리들을 열광케 했다. 그는 올해 US오픈 2연패에다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다. 올해만 장타(평균 308야드)로 3승을 일궈 세계 1위에 올랐다.

외신에 따르면 2018~2019 시즌 미국 PGA에서 300야드(약 274m) 넘는 장타자는 77명에 달한다. 2000년 존 댈리만 300야드 장타자이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바야흐로 장타자 전성시대다. 장타가 돈이다. LPGA 여자 장타자는 보통 270야드(약 247m)를 넘기는 경우를 말한다. 2008년 한 명도 없다가 올 시즌 박성현(25)을 비롯해 7명이 장타자로 등극했다.

한국에서는 평균 비거리 300야드 장타자는 없다. 2018 시즌 황중곤(26)이 299.689야드로 장타자급에 속할 뿐이다. 아마추어는 어떨까. 몇 년 전 스카이72 골프장의 내장객 통계에 따르면 한국 아마추어 골퍼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16야드(198m), 여자는 168야드(154m)다.

남자 아마추어 골퍼는 여자 프로선수처럼 화이트티를 사용하는 관계로 여자 프로선수만큼 거리를 내면 장타자로 볼 수 있다. 한국 여자 프로선수들의 평균 비거리가 242야드(2016년)로 남자 아마추어 골퍼들이 240야드(216m)를 넘기면 장타자인 셈이다. 여자는 190야드(174m) 이상이면 장타자급이다.

◆나도 장타자 될 수 있을까

골퍼들이 꿈에 그리는 장타의 비결은 뭘까. 일류 선수들의 비결을 종합하면 △스윗 스폿(페이스 정중앙) 타격 △하체 고정 몸통 스윙 △스탠스 넓혀 큰 아크스윙 △왼쪽벽 지탱 등으로 요약된다. 켑카는 제주대회에서 장타 비결을 묻자 "페이스 한 가운데를 치면 된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골퍼마다 스윙도 제각각인데 어떤 스윙 경로를 통하든 드라이버 정중앙을 타격하는 연습에 매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드라이버로 천천히 중앙을 타격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가 점점 힘과 속도를 높여나간다. 쉽게 말하면 장타(길 長, 때릴 打)를 치려면 정타(바를 正, 때릴 打)를 해야한다는 의미다.

에이지 슈트(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타수)를 9번이나 한 미국의 톰 왓슨(67)은 "힙과 하체가 와인 오크통 안에서 회전한다는 느낌으로 스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스윙(A Timeless Swing)'이란 시니어를 위한 책에서 "척추축을 중심으로 놓고 몸통 회전으로 최대한 백스윙한 후 과감하게 휘두르면 방향과 거리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 밝힌다.

한국 선수로는 박성현이 이 스타일로 장타(271야드)를 만들어낸다. 박성현은 몸이 흔들리지 않게 스탠스를 넓게 잡고 아크를 크게 그리면서 역동적인 몸통 회전으로 호쾌한 스윙을 만든다. 박성현을 지도했던 이상우 코치는 "이를 위해 박성현은 매일 팔굽혀펴기 운동으로 근력 강화에 힘쓴다"고 말한다.

같은 장타자 반열인 이정은은 '왼쪽벽 지탱'을 특히 강조한다.

"저는 티샷할 때 무릎을 약간 굽힌 상태에서 왼발을 딛고 버티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면서 볼을 치고 나갈 때 거리가 나고 방향도 좋습니다."

유연성을 특히 강조하는 교습가도 있다. JPGA 주니어 골프아카데미 원장인 박영진 씨에 따르면 일단 어드레스 때 최대한 어깨를 늘어뜨리며 그립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웨글하며 손목 힘을 최대한 뺀 상태에서 어드레스 동작의 정지시간이 길지 않도록 스윙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아무리 장타자라도 나이가 들면 거리를 유지하기 힘들다. 한국캘러웨이골프 대표이면서 화산CC 클럽챔피언을 지낸 이상현 씨는 "장타를 계속 유지하려면 연습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책이나 레슨을 통해 지속적인 스윙이론 연구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직장이 있는 주말 골퍼들이 스윙을 연구하면서 매일 연습장에 가기는 힘들다. 이를 감안해 대부분의 교습가가 아마추어를 위해 제시하는 간단한 장타 비결이 있다.

바로 매일 20번 이상 빈 스윙을 하라는 것이다. 헤드 무게를 느끼면서 점차 스윙 스피드를 높여나가면 된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무릎을 약간 굽혀 스탠스를 취한 상태에서 두 손을 아래위로 포개 명치 앞에 대고 수시로 몸통 돌리기를 해도 아주 유효하다(교습가 임진한). 스트레칭과 팔굽혀펴기로 유연성과 근력을 키우는 것도 권한다.

장타가 누구에게나 소망이지만 주말에 모처럼 공기 좋고 아름다운 골프장에 나가는 골퍼들이 거리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타가 아니라도 정교한 샷이나 장기인 퍼트로 얼마든지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장타에다 기교마저 갖춰 '골프 황제'로 군림했던 타이거 우즈도 4차례나 허리수술을 받았다. 존 댈리는 어떤가. 요즘 마스터스대회 기간에 오거스터 골프장에서 갤러리들에게 사인해주면서 용품장사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장타무상이다.

[정현권 골프 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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