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스윙 목숨 걸고 한다면... 알고보니 나도 진상 골퍼였다

  • 정현권
  • 입력 : 2018.12.0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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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오딧세이-10]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불행하고,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대체로 비슷하다."

톨스토이(1828~1910)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꼴불견 골퍼는 실로 다양한 형태이며, 신사 골퍼의 유형은 대체로 비슷하다.

최근 모처럼 고교 동창들과 남춘천에 있는 오너스CC에서 라운드를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하면서도 오랫동안 만나 허물없는 사이다. 골프는 집중과 몰입의 경기인지라 신중하게 임하면서도 간간히 농담도 하며 즐겁게 보냈다. 굳이 수치로 나타내면 집중과 몰입 80~90%, 명랑 10~20% 정도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후 1시께 라운드를 마치고 근처 맛있는 닭갈비집에서 토속 막걸리를 곁들여 기분 좋게 점심을 끝내고 서울로 향했다. 그날 아침 일찍 서울 잠실 선착장에 모여 술을 잘 못하는 한 친구의 차로 모두 이동했다. 친한 사람끼리의 골프는 집에서 나올 때부터 즐겁다. 오가며 차에서의 정담, 라운드, 식사까지 모든 게 골프의 연속이다. 총 10시간 정도면 우정을 나누고 확인하기에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리라. 운전하는 친구에게는 고마워 멀리건도 주고 스킨 게임비도 깎아줬다.

그날 사건은 귀가 도중 차안에서 생겼다. 라운드 여운이 가시지 않아 스크린골프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아침 일찍 라운드를 했기 때문에 오후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서울 천호동에 있는 스크린골프장을 바로 예약하고 달려갔다. 피곤한 줄도 모르고 3시간가량 실내골프를 즐겼다. 두 명은 필드에서도 싱글골퍼인데 실내에서는 거의 언더급 프로였다. 버디, 버디, 이글…. 가히 스크린의 지배자였다. 스크린골프 막바지 무렵 골프 매너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지연플레이를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평소 민감한 주제다. 어찌 된 일인지 평소 지연플레이를 한다고 거론되는 한 친구가 이날 자기의 샷 리듬과 템포를 좀 봐 달라고 자청했다. 친한 사이라도 그동안 지연플레이에 대해 말을 못하다가 본인이 자청하니 오히려 우리가 고마웠다. 불감청 고소원!



이때 싱글골퍼인 한의사 친구가 흔쾌히 매너 코치를 자청하고 나섰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어조와 표정으로 왜 지연플레이가 되는지 단계별로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유식한 용어를 써가며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에서의 진행에 관해 아주 세밀하게 맞춤형 조언을 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의 연습스윙은 나에게도 참고가 됐다. 우리의 매너교사에 따르면 학생(지연플레이하는 친구)은 티를 꽂고 공 옆으로 가서 스탠스를 취한 다음 연습스윙을 하고 다시 티 뒤로 가서 에이밍을 하는 습관이 있다. 에이밍 후 또 빈스윙을 하고 스탠스를 취해 티샷하는 것이다.

한의사 친구는 과감하게 한 단계를 줄이라고 조언했다. 티를 꽂고 에이밍 전 이나 후 티 뒤에서 가볍게 빈스윙을 한 다음 스탠스를 취해 바로 티샷하던지, 티를 꽂고 에이밍 후 티 옆으로 와서 스탠스를 취해 빈스윙을 한 다음 바로 티샷을 하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다고 주문했다.

그는 마치 의사가 수술을 하듯 친구의 프리 샷 루틴(샷을 하기 전 일관된 행동)을 해부하고 교정해 나갔다. 그리고 연습스윙을 매우 신중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프로선수들도 그냥 가볍게 스윙하면서 어깨를 푸는 정도지 정식으로 티샷을 할 때처럼 무겁게 연습스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하니 프로선수들치고 연습스윙을 주말골퍼처럼 목숨 걸고(?) 하는 사례가 없었다. 실제로 TV를 보니 프로선수들은 하나같이 티를 꽂기 전이나 후에 에이밍을 하고 한두 번 좌우로 가볍게 클럽을 휘두르고 바로 스탠스를 취해 공을 날렸다.

그린에서의 진행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핀에서 공이 멀리 놓인 사람부터 퍼트를 하는데 자기 순서가 오면 반드시 퍼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선 그린에 올라오면 본인이 마크를 하고 이때부터 미리 경사와 거리를 살펴 라인을 생각해 놓고 퍼트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먼 산을 보거나 넋 놓고 상대방 진행에 한눈을 팔다가 자기 순서가 왔을 때 그제서야 그린을 왔다 갔다 하거나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부산을 떨면 동반자들의 리듬도 깨지고 진행도 느려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날 한의사 친구는 동반자 두 친구의 옆에 바짝 붙어서 거의 초단위로 티샷과 퍼팅할 때까지 지연플레이 원인을 설명해주고 교정했다. 필드에 나가면 불안해서 예전의 습관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지만 몇 번만 하면 교정될 수 있다고 격려도 해주었다. 지연플레이로 평소에 은따(은근히 따돌림)를 당하는 것보다 불안을 극복하면서 자기의 습관을 깨는 게 훨씬 낫지 않은가. 그리고 이날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우리가 지연플레이를 교정해준 두 친구에게 "본인은 지연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전혀" "아니오"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두 친구 모두 정작 본인의 지연플레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직장에서나 친구들 사이에서 지적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간혹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우리는 모처럼 필드와 실내에서 즐겁게 골프도 하고 서로 골프 매너도 봐주면서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자신의 골프 매너를 지적해달라는 친구와 친절하게 조언해준 두 친구가 돋보이는 하루였다. 매너에 대한 조언을 세상에서 가장 매너 있게 하는 장면이었다.

● 나도 꼴불견 골퍼인지 확인하세요

지난번 '혹시 나도 진상골퍼?'라는 제목으로 칼럼이 나간 후 독자들의 반응이 다양했다. 공감하는 독자도 많았고 또 다른 유형을 제시하는 사례도 많았다.

프로경기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곤란하지만 대체로 아마추어로서 지켜야 할 선에서 정리를 해본다. 자신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1. 샷 하기 전 공 움직여 늘 좋은 상태로 만든다

2. 늑장 골프(연습스윙 최소 3번, 그린 왔다 갔다)

3. 캐디 괴롭히기(야한 농담, 공 안 맞으면 화냄)

4. 라운드 현장에서 상대방에게 레슨을 한다

5. 많이 쳤을 경우 타수를 줄여서 말한다

6. 드롭할 때 최대한 좋은 곳으로 멀리 던진다

7. 그린 위에서 공을 집으며 스스로 'OK'를 외친다

8. 공 안 맞으면 말 없거나 화를 내 분위기를 망친다

9. 티샷 안 맞으면 '한 번만 다시 칠게'라고 말한다

10. 돈을 따면 입 다물고 잃으면 달라고 떼쓴다


# 3개 이하 = 이 정도면 애교

# 4~6개 = 위험한 상태

# 7개 이상 = 최악의 골퍼

[정현권 골프 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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