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스페셜리포트

KCGI의 한진칼 저격...재벌 지배구조 서막 올랐다

  • 조희영
  • 입력 : 2018.12.05 15:15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돈이 보이는 기업지배구조-195] 욕설은 기본, 폭행은 덤. 밀수에 탈세까지. 2014년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든 '땅콩회항' 사건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갑질 논란으로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최근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횡령 배임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KCGI의 한진칼 지분 취득은 전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KCGI가 한진그룹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 증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진 이외 국내 재벌기업에도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5일 국내 기업지배구조개선 전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CGI(Korea Corporate Governace Improvement)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9%(532만2666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KCGI는 자사가 조성한 KCGI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특수목적회사(SPC)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4.97% 지분에 지난달 14일 4.03% 지분을 추가로 장내 매수한 것이다. 이에 한진칼 주가는 이날 전거래일 12.58%나 상승했다.

이로써 KCGI는 조양호 회장(17.84%)을 비롯한 총수일가(지분율 28.95%)에 이어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 밖에도 국민연금(8.35%), 크레디트스위스(5.03%), 한국투자신탁운용(3.81%)과 전 세계 자산운용사 1, 2위인 블랙록(1.02%)과 뱅가드(1.27%) 등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대주주인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30%가 채 되지 않는 데다, 순환출자 해소 후 수직형 출자구조가 되며 경영권 방어선이 약해지면서 KCGI의 타깃이 됐다. 게다가 총수 일가 갑질사태 등으로 전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우호지분을 확보하기에 용이해진 것도 KCGI의 타깃이 된 배경이다.

초기에는 KCGI가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다른 기관투자가 및 외국인과 연대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KCGI는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KCGI 측은 "한진칼 경영권에 대한 위협보다는 한진칼의 주요 주주로서 경영활동에 관한 감시 및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제249조의12에 따라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는 다른 회사의 지분 등을 최초로 취득한 날부터 6개월이 경과할 때까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상이 되도록 하는 투자를 해야 한다. 이에 경영참여 목적의 대량보유공시(5% 공시)를 한 이후에는 지분을 늘리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외견상 전격적으로 10%에 근접한 수준까지 투자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KCGI가 주요주주로서 감시 및 견제 역할을 활발히 수행할 경우 한진칼의 기업가치 증대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특히 한진그룹이 그동안 전형적인 짠물 배당 성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해 현금성자산 2463억원 중 75억원만을 배당금으로 배정했다. 순이익 대비 배당총액 비율인 배당성향은 3%대였다. 배당수익률도 1%에 그쳤는데, 이는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평균 배당수익률(1.62%)에 못 미치는 수치다.

그 밖에도 저평가돼 있는 칼호텔네트워크 등 그룹 유휴자산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독려하는 등 경영효율화를 요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진칼과 한진칼의 비상장 자회사들은 서울 송현동 용지 3만6363㎡(약 1만1000평·약 3630억원), 인천 율도 용지 10만9090㎡(약 3만3000평·약 1890억원), 제주도 정석비행장 126만㎡(약 38만평·약 450억원), 제주도민속촌(약 16만5000㎡) 등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토지가 매각될 경우 가치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상장 자회사로 대한항공(29.6%) 진에어(60.0%) 한진(22.2%)을, 비상장 자회사로 칼호텔네트워크(100.0%) 토파스여행정보(94.4%) 정석기업(48.3%) 등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는 한진칼과 한진칼의 상장·비상장 자회사의 보유 가치가 한진칼의 시가총액 1조8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그룹을 시작으로 KCGI와 같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재벌들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나 핵심 지배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지 않고, 수직형 출자구조로 경영권이 취약하면서 동시에 삼성이나 LG, 현대차 등과 달리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집단일수록 이와 유사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초대형 대기업집단의 경우 PEF가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의 지분을 사들이는 데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은 그룹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조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