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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란 조끼' 를 분노로 몰아넣은 5가지 숫자들

  • 김제관
  • 입력 : 2018.12.0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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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68]

1. 1700유로의 월평균 가처분소득

2. 1.8%의 경제성장률

3. 9% 실업률

4. 32억유로의 부자 감세

5. 7150억유로의 사회안전망 예산

지난 5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르망에서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 지난 5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르망에서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노란조끼' 시위대가 연료저장소 입구를 봉쇄하기 위해 세운 바리케이드 앞에서 불을 피운 채 모여 있다. /사진=르망 AP, 연합뉴스

폭동과 약탈로까지 번진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의 거센 분노는 단순히 유류세를 올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 그들이 분노한 더 근본적인 이유는 프랑스와 유럽이 당면한 장기적인 경제 위기, 그리고 이에 따른 구매력 저하와 삶의 질 하락 두 가지에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유류세 인상 반대로 시작했던 '노란 조끼' 시위는 시위 3주째에 1968년 5월 '파리 학생 폭동' 이후 50년 만의 최대 규모로 번졌다. 폭동은 툴루즈, 낭트, 리옹 근교를 비롯해 아르덴 지방까지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됐다. 시위에 참가한 인원은 무려 7만5000명에 달했다. 특히 파리의 시위대들은 폭도로 돌변해 개선문을 망가뜨리고 스프레이로 낙서를 했다. 파리 시내 곳곳에선 시위대들이 자동차에 불을 지르고 상점과 레스토랑을 약탈했다. 폭동 결과 4명이 죽고 경찰 23명을 포함해 13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노란 조끼' 시위대의 거센 분노 앞에 프랑스 정부는 결국 한발 물러섰다. 프랑스 정부는 4일(현지시간) 유류세 인상을 6개월 뒤로 미루기로 했다. 유류세 인상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전기·가스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가 이처럼 분노한 이유는 5가지 숫자로 설명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밝혔다.


▲ '노란 조끼' 시위대 습격으로 훼손된 '프랑스 상징' 마리안상 /사진=파리 EPA, 연합뉴스

◆1700유로의 월평균 가처분소득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경제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다섯 배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으며, 상위 1% 부자가 프랑스 전체 경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부자들이 재산을 불리는 과정에는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2차 대전 이후 강한 노조의 영향으로 프랑스 노동자의 임금은 꾸준히 올랐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 이전 연임한 좌파 정권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금 상승 억제 정책을 펼치면서 프랑스 임금 상승률은 1% 내외에 그치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1700유로(약 214만원)다. 하지만 빈부격차로 프랑스 노동자들은 이보다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실제로 가족을 부양하고 차를 모는 데 가뜩이나 부담을 느끼고 있는 프랑스 노동자들에게 유류세 인상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었다. 더욱이 노동자들 삶의 질은 떨어졌는데 부자들은 호의호식하는 모습에서 오는 박탈감도 프랑스 국민들의 분노를 더 타오르게 만들었다.

◆1.8%의 경제성장률

곳간이 풍족해야 인심이 후한 법인데 프랑스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도 팍팍해졌다. 프랑스는 영국, 독일에 이어 유럽 3위의 경제대국이고 인플레이션을 적용하지 않으면 세계 6위의 경제력을 자랑하지만 지난 10년 동안은 경기가 침체돼 있었다.

최근에야 경제가 살아났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혜택이 상위 계층에만 집중됐다는 것이다. 이미 지방과 과거 공업지역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는 많이 없어졌고, 새로 생긴 일자리는 불안정한 고용직뿐이었다.

그나마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하기 직전 살아난 프랑스 경기도 올해는 유로존의 경기 둔화와 맞물려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1.8%에 그치고 있다.

◆9% 실업률

경기침체는 실업률 상승이라는 문제를 가져왔다. 프랑스의 2009년 실업률은 9~11%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마크롱 집권 이후 실업률은 기존 10.1%에서 9.1%로 떨어졌지만 독일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더 많은 수치다.

마크롱은 다음 총선인 2022년까지 실업률을 7%까지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향후 4년간 매년 1.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 하는데, 민간 조사단체인 프랑스 경제현황연구소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거라고 예측했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은 기업이 고용과 해고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경직된 노동제도를 부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업이 노조가 아니라 노동자 개인과 협상할 수 있도록 해 노조가 협상을 지연하는 경우도 없앴다. 그 결과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대기업을 프랑스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동개혁은 기존 노동자들이 갖고 있던 권리를 없애 노동자들의 분노를 샀다.

◆32억유로의 부자 감세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크롱 대통령이 32억유로(약 4조327억원)의 부자 감세를 단행한 것도 시위대의 분노를 키웠다. 마크롱 정부는 부자들의 전체 자산에 적용하던 부유세를 부동산에만 한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부자 감세가 경제를 활성화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하위 5%의 구매력은 떨어졌고, 프랑스 경제현황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중산층의 70%도 감세 정책에서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다고 느꼈다.

부자 감세는 마크롱 대통령이 부자들 편을 들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줬고, '노란 조끼' 시위대는 마크롱에 대한 반감을 격렬히 표시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부자 감세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내년에는 세금 정책에서 보다 왼쪽으로 돌아서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월 공개된 내년 프랑스 예산안에 따르면 중산층과 하위 계층에게 60억유로(약 7조5610억원)의 감세를 약속했다.

◆7150억유로의 사회안전망 예산

7150억유로(약 901조215억원)의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있는 프랑스 노동자들이 과연 지금처럼 분노할 이유가 있냐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다.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있다. 경제생산의 3분의 1 이상을 복지에 사용하는데, 이는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프랑스는 2016년 건강관리·가족수당·실업수당 등에 총 7150억유로를 투입했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세금으로 지탱되고 있다. 고소득자가 부담하는 세금도 크지만, 프랑스에서는 대부분 재화와 서비스에 20%의 부가가치세를 적용하고 있다.

부가가치세인 유류세 인상은 중하위층에 더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어 더 격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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